보컬과정

그루브 (Groove) 란 무엇일까요?

본스타강오(비회원)님 | 2014.04.29 13:03 | 조회 44
그루브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흥겨움’이라 할 수 있다 .

흔히들 힙합, 재즈, R&B 등등 흑인음악에서 말하는 'Groove'와 우리말의 ‘흥겨움’은 조금 다를지라도, 충분히 같은 맥락에서 얘기할 수 있다. 기술적인 부분이 아니라, ‘흥겨움’의 의미에서다 .분명 그루브라는 것이 ‘리듬’이라는 기술적 요소에 기반하고 있고, 리듬의 싱코페이션이 그루브의 필수적인 요소인 것은 맞지만 열심히 리듬을 분석하여 프로그램에 입력해 놓아봤자, 사람이 직접 연주하고 직접 노래하는 그루브를 결코 따라가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그 이상의 것을 짚어보려고 하는 것이다. 이후의 이야기는 ‘어떻게 그루브(흥겨움)을 만들어 가느냐에 대한 얘기이다.

그럼 그루브를 설명하는 요소를 네 단계로 구분하고, ‘어떻게 하면 그루브를 만들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통해 ‘그루브란 무엇인가’의 답을 찾아보자 .

첫 번째, ‘싱코페이션(syncopation)’

두 번째, ‘음악과 연주자 사이의 어울림’

세 번째, ‘연주자와 연주자 사이의 어울림’

네 번째, ‘연주자와 청중 사이의 어울림’


첫 번째, 싱코페이션은 앞에서 언급한, 리듬으로 만들어내는 기술적 요소이다. 싱코페이션(syncopation)은 당김음이란 뜻으로, 혹자들은 미는음(layback)과 구분해서 쓰지만, 여기에선 ‘음을 자유자재로 밀고 당긴다’ 라는 의미로, 싱코페이션 한 단어로 얘기하도록 하겠다. 비트가 정해져 있는 이상 당기는 박자가 있으면 (쉼표를 포함하여) 미는 박자가 당연히 생기게 될테고, 미는 박자가 있으면 당기는 박자가 당연히 생기게 될 테니 말이다.

싱코페이션은 쉽게 말하자면 노래를 하거나 랩을 할 때에, 그리고 연주를 할 때에 박자를 아찔하게 마디 끝까지 밀고 가서 긴장감을 주거나, 혹은 툭 끊어 버려서 공백을 만들어버리는 것으로 긴장감을 주는 것이다. 간혹 뛰어난 MC들은 박자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마디를 넘나들기도 한다. 이런 것들은 말 그대로 ‘긴장감’이라서 싱코페이션이 있는 곡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고, 싱코페이션이 많은 곡은 손에 땀을 쥐게 되거나, 가슴이 뛰게 되거나, 몸이 들썩거리게 되는 것이다.

‘그루브는 밀고 당기기다’ ‘그루브는 들썩들썩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루브는 feel이다’ 라는 말은 대부분 싱코페이션을 염두에 둔 말일 것입니다. 대부분은 논의가 여기에서 끝나지만, 전 ‘흥겨움’을 만드는 데에는 그 이상의 것이 아직 더 있다고 생각하므로 다음 얘기를 계속해 보도록 하겠다.


이제 두 번째 단계인, ‘음악과 연주자 사이의 어울림’이다. 이는 ‘싱코페이션을 어떻게 음악에 사용하는가’ 의 문제와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첫 번째 단계의 얘기와 뭐가 달라?”라고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것이 분명히 구분되어야할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간단하게 얘기하여 ‘싱코페이션이 긴장감과 감흥을 줄만한 적당한 자리에 사용 되었는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32마디 verse라면, 2마디마다 규칙적으로 같은 싱코페이션을 사용한다면, 결코 그루브있다고 말할 수 없다. 멜로디에 맞춰, 가사에 맞춰, 그리고 느낌에 따라 그 느낌을 살릴 수 있는 자리에 싱코페이션을 사용했을 때 그루브감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앞서 얘기했듯 그러한 박자의 어긋남 같은 것이 ‘긴장감’을 주기 때문에, 손에 땀을 쥐게 되거나, 가슴이 뛰게 되거나, 몸이 들썩거리게 되는 것이다. 이는 보컬이나 랩퍼의 경우, 얼마나 MR 작곡자의 느낌과 음악에 사용된 요소들을 잘 이해했는가와,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느냐에 따라, 그 보컬이나 랩퍼의 재능이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유의해야 할 부분은, 싱코페이션의 의미를 단지 'Bounce' 즉 튕기는 느낌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인데, 흔히 말하는 ‘Flow’의 느낌 그러니까 박자가 주욱 이어지는 느낌 역시, 싱코페이션에 포함된다고 말할 수 있다.

같은 라임에 같은 박자가 지속적으로 반복될 때의 느낌은, 그것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예상할 수 있는 재미와, 반복이 언제 깨어질지 예상할 수 없는 데에서 오는 긴장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라임으로 가득 찬 곡이라도, 같은 라임의 같은 박자만 곡 끝까지 계속된다면 모음의 반복만 머릿속에서 ‘우아-’거릴 뿐, 그루브를 느낄 순 없을 테지만, 그 사이에서 틀어짐과 이어짐 교차한다면, 그것이 긴장감이 되는 것이다.

줄줄이 속사포 랩을 하는 랩퍼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마디에 같은 음절 수 만큼을 쏘아댄다면 결코 그루브감이 생길 수 없겠지만, 빨라지는 부분마다 그 몇 마디가 그 자체로 당김음처럼, 그 순간 긴장되게 쓱 당겼다가, 그 후에 탁 놓아버리는 그루브감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를 들었을 뿐이지만, 이것이 넓은 의미의 싱코페이션 사용에 관한 것이고, 넓은 의미로 본다면 밀고 당기는 박자가 주는 느낌을 통해, 얼마나 긴장감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바로 그루브를 설명하는 두 번째 단계라는 것이다.

세 번째 단계인 ‘연주자와 연주자 사이의 어울림’의 단계는 사실 보통의 녹음과 곡 제작 과정에서 드러나는 그루브감에 대한 설명은, 두 번째 단계에서 거의 설명할 수 있겠지만, 특히나 힙합이라면 세 번째 단계의 얘기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단적으로는 MR과 DJ의 호흡, DJ와 MC의 호흡, 그리고 MC와 MC의 호흡, 에 관한 것입니다. 앞서 첫 번째 단계에 대해 얘기할 때에 언급했던 흑인 음악의 요소 중, 다른 하나인 ‘부르고 답하는 기법’ 과 큰 연관이 되어 있는 것으로, 연주자들끼리 얼마나 호흡을 맞추어 더욱 다양한 긴장감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특히나 재즈 연주 같은 경우는, 곡 중간에도 자신의 증흑성을 발휘하여 연주자가 대화하듯 연주하는 경우도 많고, ‘트레이드 솔로’ 라는 형식으로 번갈아가며 연주자들끼리 즉흥연주(improvisation)를 하기도 하다. 이는 물론 듀오 이상의 R&B보컬에서도 찾아볼 수 있고, 힙합에서의 MC들의 랩이라면 더더욱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마지막 네 번째 단계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연주자와 청중 사이의 어울림’입니다. 이쯤 되면 좀 더 미학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얘기가 될 것 같지만, 바로 흥겨움의 요소가 ‘집단의 체험’이라는 것에 크게 좌우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굳이 이렇게 얘기를 덧붙이는 것이다..

이것은 이미 ‘녹음된 곡’을 떠난 ‘공연’에서의 문제 일수도 있지만, 저는 진정한 리스너라면 이어폰 귀에 꼽고 음악을 듣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공연을 관람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렇기에 실제 공연에서 얼마나 그루브를 발휘할 수 있느냐 또한 뮤지션을 평가하는 척도가 될 수 있겠죠. 하지만 ‘라이브 실력’을 얘기하는 것뿐이 아니라, ‘얼마나 관객을 흥겨움 속에 빠트릴 수 있느냐’ 하는 그루브에 대한 얘기이다. 솔직히 일상을 살아가며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흑인 음악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그 발단은 그들이 노동의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그리고 소외자의 한을 풀기 위해 부르던 블루스 음악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기류를 따라 발전한 여러 흑인 음악이 ‘다 함께 즐기기 위해’ 발달한 요소가 많이 있고, 이 역시 그루브감을 만드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대의 재즈는 간혹 듣기 어려운 음악 취급을 받고 있지만, 원래는 흥겹게 춤추던 춤곡에서 발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R&B는 한 사람이 부르면 다 같이 따라 부를 수 있던 영가에서 시작되었고, 힙합이 얼마나 밑바닥에서, 노래하는 이와 듣는 이의 구분이 없는 자유로운 상태에서 시작되었는지는 말할 것도 없다.


별 감흥이나 긴장감 없이 방방 뛰는 것만 요구하는 공연, 혹은 별로 신나는 것도 없이 팔만 흔들거나 몸을 규칙적으로 움직이면서 속으로는 미적지근한 공연, 앞에서 공연하는 사람은 뭔가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별로 와 닿지 않아서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한 공연, 이런 공연에 대한 경험을 여러 분이 갖고 계실 것이다. 하지만 실제 공연에서도 뮤지션과 하나가 되어 움직여본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그루브감의 의미를 가장 확실히 체험하신 분이라 생각한다.


그것은 역시 우선 관객이 몸을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는 비트와 그에 맞는 적절한 긴장감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고, MC와 청중 사이의 ‘부르고 답하는 형식’을 이용하는 것이나, 따라할 수 있는 후렴구 혹은 반복을 통해 관객을 공연으로 끌어들이고 분위기를 만들어갈 수 있느냐, 의 문제일것이다.


이렇듯 좀 확장된 얘기까지 덧붙여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그 의미를 찾아가는 방법으로 그루브에 대해 설명했지만, 완전히 공연을 포함하는 네 번째 단계의 얘기는 제외하고서라도, 세 번째의 얘기까지 이해한 분이라면, 곡의 그루브감에 대해 스스로 정의가 되었을것이다. 그래도 곡을 듣고 ‘이 곡은 그루브가 있어, 혹은 이 곡은 그루브가 없어.’ 라는 판단은 역시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이제 이 글을 읽고 나서, 또 여러 장르의 (다양한 음악을 듣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러 뮤지션의 음악을 들어본 분이라면, 다음과 같이 나름의 주관적인 평가는 내릴 수 있으실 것이다.

그루브가 음악의 가치를 평가하는 전부는 결코 아니다. 하지만 ‘그루브란 무엇인가?’를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을 통해, 리스너들은 진정 흥겨움을 줄 수 있는 음악을 찾게 되고, 또 그것으로 실력있는 뮤지션들이 인정받고, 한국 음악계의 성향이 좀 더 풍부해지고 한 단계 올라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덧붙이며 글을 마무리한다.

twitter facebook google+
504개 (30/41페이지)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본스타강오
31
14.04.29
본스타강오
32
14.04.29
본스타강오
42
14.04.29
본스타강오
29
14.04.29
본스타강오
45
14.04.29
본스타강오
35
14.04.29
본스타강오
37
14.04.29
본스타강오
41
14.04.29
본스타강오
56
14.04.29
본스타강오
47
14.04.29
본스타강오
61
14.04.29